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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2호 2016년 2월] "하늘의 별따기(1)

관리자 2018-01-17 (수) 15:12 6년전 1652  

               "하늘의 별따기(1)         
          (한국인 피폭자 원정부의 이야기)     
  

       高龍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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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부 할머니, 어머니


  번쩍하고 하늘이 빛이 났다.
  “정부야 일어 나거라”


  정부는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눈앞에 상냥한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몸을 반쯤 일으키며 인사를 한 뒤 양손을 위로 펴고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정부가 7살 때이었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7시경에 직장을 나가신다. 아버지가 직장에 가시기전에 집 앞의 텐마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아버지의 식사 반찬을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로부터 “정부 많이 잡았구나! 맛 있겠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기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어나면 바로 나갈 수 있는 옷차림으로 잠을 자고 아침 5시 반 경에 깨워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을 해 놓은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눈앞에 조용히 텐마 강이 흐르고 있고 새벽 일찍부터 벌써 5~6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정부는 그 낚시꾼 속에 섞여서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물통에 20마리 정도 물고기가 들어 있다. 이 물고기를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시기 전에 보여드리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조선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판자집이 텐마 강의 뚝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중에 정부 집만 2층이었다. 정부가  2층 집 현관에 낑낑거리며 가지고 온 물동이를 놓았다.


  “지금 돌아 왔습니다. 고기를 잡았어요” 힘찬 소리로 말했다.
  “잡았어~?”


 아버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가왔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끝날 무렵 「왱~」하는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공습경보 발령으로 적기가   날아 왔다는 신호이다. 공습경보는 이미 1년 전부터 익숙해져 있지만 어제 저녁에도 공습경보가 울려 급히 방공호에 숨어 있었다가 공습이 끝나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런 히로시마 상공에 어린 아이들은 「큰 산같은 잠자리」라고 말하고 있는 B29 1대가 윙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비행기는 멀리 날아가고 30분 후에 공습경보가 해제되어 방공호에서 모두 나온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 일 나가시는 아버지를 전송하러 나갔다.


  아버지는 도시락을 허리에 차고 자전거 앞에 서계셨다.
  “아버지 잘 다녀 오세요”
  “응 갔다 오마. 오늘은 날씨가 참 좋구나”라고 하시며 하늘을 바라보신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동생 마짱을 등에 업고 5살 동생 암길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 3살 된 여동생 절자, 그리고 할머니와 정부가 아버지와 같이  히로시마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정말 오늘 하늘이 너무 맑아요.”어머니의 말에 가족 모두가 포근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날의 날씨는 정확하게는 온도 26도 7분, 풍속 0.8미터로 바람은 거의 없었다. 이 맑은 날씨가 아이러니하게도 히로시마에 세계 최초로 원폭을 투하하게 되는 운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날씨가 나빴다면 오구라(小倉, 현 후쿠오카현 북구주시)가 원폭이 투하될 예정지로 되어 있었다 한다.  


  이날 아침 7시에 울린 공습경보 싸이렌은 그날의 기후를 조사하기 위한 B29 기상관측기이었다. 아버지는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고 가족들은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와 아침 식사를 했다.

  텐마(天滿)초등학교에 정부가 입학한지 4개월, 뛰어가면 5분이면 학교에 갈수 있다. 식사를 빨리 끝내고 화장실에 간 정부가 화장실을 나온 지 몇 초도 되지 않은 즈음 컴컴한 방에 갑자기 번쩍 빛이 났다. 아~ 지금까지 보지도 못한 광선이라고 생각했을 때 쿵~ 와르르 하는 마치 큰 산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 생전 처음 듣는 굉음소리와 동시에 정부의 몸이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만 옆으로 쓰러졌다.


  지붕, 벽, 기둥 등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방 한쪽이 폭싹 내려 앉았다. 우리들이 밥을 먹고 있던 거실만 공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겁에 질린 우리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3살, 5살 여동생과 남동생은 어머니 품에 안기고, 나는 할머니 품에 안겨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울기 시작하였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우리들을 꼭 껴안으며
  “괜찮다. 괜찮아~ 울지 마라, 울지 마”
  우리를 계속 달래는데 방안은 컴컴해졌고 흙먼지가 뿌옇게 흣 날리고 있다. 이런 공포를 생전 느낀 적이 없었다. 우리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고 동생들은 어머니에게 더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방안에 희미한 빛이 비치는 곳으로 할머니가 기어 가셔서 무너진 옷장들을 겨우 치우고 밖으로 나가셨다. 할머니가 밖에서 우리들을 부르고 계셨다.


  “애들아 이곳으로 와라!! 빨리 나와라!!” 하시면서 무너진 지붕 판자 한 켠을 들고 우리들을 재촉하고 계셨다.
  우리들은 허겁지겁 할머니가 부르는 쪽으로 간신히 기어 나갔다. 몸 하나가 겨우 빠져 나갈 정도의 작은 구멍으로 나와 여동생,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겨우 빠져 나왔다.


  어머니가 겨우 빠져 나올 무렵 힘에 겨웠을까 할머니 손에 힘이 빠져서 그만 할머니 팔이 나무판자에 눌리고 말았다.
  “앗!!”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는데 아무리 빼내려고 해도 도저히 나오지 못했다. 할머니는 끙끙거리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기를 나에게 맡기고 나무판자를 들어내려고 했지만 꿈쩍도 않는다. 나는 아기를 동생에게 맡기고 이웃집으로 달려가 구원을 요청했다. 마침 몇 번 만나 얼굴을 잘 아는 한국사람 몇 명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구해주지 않으면 할머니는 죽을지도 모른다. 내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며 큰 소리를 내려고 해도 목이 말라붙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열심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는
  “정부야! 왜 그러냐?”
  그 말에 나도 큰 소리가 겨우 나왔다.
  “할머니를 살려 주세요. 할머니가 판자 밑에 깔렸어요. 살려 주세요”

 
 나는 필사적으로 겁먹은 얼굴로 도움을 청했다. 세 사람이 급히 우리 집으로 달려갔다. 
  “할머니. 괜찮아요?”


  세 사람이 열심히 판자를 치우고 겨우 할머니를 구출 해 냈다. 우리들은 엉엉 울기만 하다가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나는 특히 할머니를 더 좋아했다. 어머니는 2살 터울로 동생을 낳아 아기와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고 아버지와 가사 일을 해야 하므로 장남인 나는 자연적으로 할머니가 데리고 다니고 같이 밖에 나가기도 했다.


  나는 2살 때 동생에게 엄마 젖을 빼앗겼다. 나도 엄마 젖을 먹고 싶어서 엄마 품에 안겨 칭얼대니까 할머니가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과자를 사주거나 같이 놀아 주셨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가 키워주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소중한 할머니가 우리들을 구해주려다가 판자에 팔목이 끼워져 비명을 지르시니 나는 할머니가 죽을 것 같아서 황급하게 이웃으로 달려가 구조를 요청하였고 그렇게 해서 할머니는 구조되신 것이다.


  우리 손자, 손녀들은 할머니에게 달려가 할머니 손발과 어깨를 주물러 드리려 했지만 할머니의 오른 팔이 축 늘어져 있었다. 내가 할머니의 오른 손을 잡으니 할머니께서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신다. 할머니의 오른 팔이 골절이 되신 것이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모두 기적적으로 살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2층 부분은 뚝 위로 올라가 있지만 1층은 뚝 밑쪽에 있었기 때문에 핵 폭풍이 2층을 무너뜨렸지만 1층은 강뚝이 폭풍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 덕분에 우리 일가족은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거주할 집이 없어져서 집 뒤편 가정방공호에서 지내게 되었다.


  우리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어머니는 아버지 소식을 몰라 막내를 등에 업고 할머니와 함께 시커먼 먼지로 어두컴컴해진 시내를 미친 듯이 아버지를 찾아 헤매셨다. 나는 밖으로 나가보니 이상한 사람들이 보였다. 학생복을 입은 머리카락이 반이 없어진 여학생, 머리카락이 없어진 머리에 돌이 박힌 채 걸어가고 있는 사람, 거의 벌거숭이인 채로 벌거벗은 사람을 업고 가는 사람, 온 몸에 유리조각이 박혀서 피를 흘리며 걸어가고 있는 사람, 물을 달라고 신음소리를 내는 어린아이를 보니 목에 구멍이 크게 나있다. 그 어린이가 비틀거리며 텐마강 뚝에 기어 올라가 “물이다!!” 외치면서 강에 달려가 머리를 박고는 그대로 강물 속에 엎어져 움직이지 않는다.  


  순식간에 집이 무너지고 히로시마 시가 불에 타서 허허벌판으로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일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도무지 영문을 몰랐다.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히로시마 사람들이 불에 타서 죽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내 귀에서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았다.


  평소에 미쯔비시 회사 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밖에서 일할 때가 많았고 어두워지는 7시 경에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시곤 하셨다. 그러나 그 날은 밤이 되어도 아버지가 돌아오시지 않아 할머니와 어머니는 방공호에서 초초하게 들락날락하시면서 안절부절 하셨다. 너무나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혹시 아버지도 불에 타서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걱정은 점점 더 부풀어 올라 1분 1초도 기다리기가 어려웠고 무사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않는 한은 마음을 한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낮에 검은 비가 내렸다. 미국이 비행기로 기름을 퍼 부어서 검은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닐까? 밤이 되어도 히로시마 전체가 불타고 있는데 미군이 흘린 기름 탓이 아닐까 하고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정부는 할머니와 같이 좀 더 높은 강뚝 위로 올라갔다. 히로시마 시내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벌겋게 불타고 있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생선 썩는 것 같은 냄새, 생나무를 태우면 연기를 풍기면서 나는 비릿한 냄새, 고철이 타는 냄새 등 정부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독한 냄새와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정부는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다.


  집 앞 텐마 강에서는 철퍽철퍽, 풍덩풍덩, 앗 하는 여러가지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컴컴한 강 속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죽은 사람도 많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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